볼품없는 것이라도 이왕 가지고 있으면 감사하게, 바르게 쓰자!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집을 나선다. 이윽고 나를 일터로 신속하게 실어다 줄 행운이의 운전대를 잡으며 소리 내어 말한다.
“행운아! 밤새 잘 잤나? 오늘도 무사히 나를 일터로 안내해 다오. 자~ 어디 한번 안전하게 출발해 보자구!”
그리고, 그 안에서 음악도 듣고, 영어 라디오도 들으며 즐거운 출근 시간을 보낸다.
주차장에 도착 후 문을 잠그고 말한다.
“행운아, 열심히 일하고 올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어. 이따 보자~”
사물에게 영혼은 없을지 몰라도, 거기에 스며든 기운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자주 쓰는 물건에 대해서.
갤럭시와 행운이, 주공이
“갤럭시야, 너는 가장 많은 시간을 나와 보내고 있지. 늘 함께하는 가까운 사이인데도 내가 너를 막 다뤘구나. 앞으로 소중히 사용할 것이고, 행복한 글, 유익한 정보만 볼게. 그리고, 너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때도 좋은 말만 할게. 고맙다.”
갤럭시처럼 나에게는 편리하고 유용한 것들이 아주 많다.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금 이 시대, 이 곳에 태어난 것이 정말이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원래는 물건을 함부로 다루고, 금방 망가뜨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물에도 기운(에너지)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사히 유용하게 쓰기로 마음먹었다.
중형차에서 경차로 바꿨을 때 처음에는 불편하고 다소 부끄럽기도 했지만, ‘행운이’ 라 이름을 지어주고 난 뒤로 얼마나 고마운 존재가 되었는지 모른다. 행운이를 타고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프리랜서인 내가 여기 저기 다니며 (수입이 높은) 고단가의 일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또, 장거리 출장이 많았는데, 행운이 덕에 고속도로 통행료·유류비·보험료·자동차세·주차요금·수리비 등 금전적인 혜택을 굉장히 많이 보게 되었다. 그렇게 절약된 돈이 주식투자로 이어졌으니, 정말 행운을 부르는 차였다.
젊은 시절에 이 집 저 집 월세를 살다, 늦은 나이에 대출 없이 첫 집을 장만했는데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사 첫 날, 밤새도록 닦고 쓸고 페인트 칠하고 시트지를 붙여도 피곤할 줄 몰랐다. 비록 작은 평수이긴 했지만 집에 들어오면 내 마음이 넓어졌다. 주공아파트여서 주공이라 불렀다. 주공이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행운이도 만나게 된 것이다!
관념 -> 기운 -> 파장 -> 에너지
인간이 사물에게 지속적이고 일관된 어떠한 관념을 가지고 대한다면 그 사물에는 ‘기(氣)’가 서린다. 이 기운이 커져 파장을 형성한다. 파장은 곧 에너지로 축적되다가 주변에 분출된다. 흉가가 바로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이처럼 내가 쓰는 사물에게 기운이 형성되면 그 기운이 다시 나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동차, 부동산, 주식, 펀드, 가전제품, 책상, 가구, 책, 컴퓨터, 신발, 옷, 음식, 물, 이불, 침대 등등 비록 말 못 하는 사물, 무형의 물질이라도 항상 바른 관념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사용하여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겠다.
사물에게 기운이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허황된 생각이라 하더라도, 내가 가진 것을 감사히 생각하며, 바르고 유용하게 쓰도록 유도하는 좋은 생각이므로 이대로 믿고 쭉 가려고 한다.
3주면 미국 출장이 끝난다.
우리 주공이, 행운이 잘 있는지, 넘 보고 싶구나.
모든 행복과 불행은 오로지 우리가 애정을 느끼는 사물의 질로부터 비롯된다.
– 바뤼흐 스피노자 –